이한철
댄스 음악이 종횡무진 하던 1990년대, 우리는 한 명의 주요한 뮤지션을 놓쳤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의 에코스라는 서클에서 15대 기타리스트로 활약했으며 1993년에는 동료 윤영배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겨울이 오면’이라는 연주곡으로 동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해에는 ‘껍질을 깨고’라는 노래로 MBC 대학 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다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망의 1995년 10월, 그의 첫 앨범을 세상에 토해낸다.
이 1980년대의 감수성을 품고 있는 천재의 데뷔 앨범은 자신의 음악적 지우인 윤영배와 일급의 세션맨들과 함께 했으며 이한철(1972년)만의 개성이 가득 차 있는 수준작이다. U2의 기조 속에서 녹아든 뉴웨이브의 기운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목소리는 조동익의 뛰어난 편곡과 더불어 듣는 이를 휘어 감으며 록이 사랑 받던 시대로 우리를 되돌려 놓는다. 영화에서 힌트를 얻은 ‘델마와 루이스’, ‘연인’, ‘쥬라기공원’, ‘마이 걸’, ‘볼륨을 높여라’ 등의 트랙이 전편을 수놓고 있고 ‘이상한 꿈’, 베스트 트랙 중의 하나인 ‘호주로 간 아이’ 등이 있는 이 앨범은 그러나 시장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1997년에 나온 그의 2집은 전작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 더 친근한 멜로디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 되는 건 안돼!’의 타이틀곡을 앨범 제목으로 하려다가 불길한 징조를 피하기 위해 제목을 <되는 건 되는 거야!>로 바꿨지만 싱글 ‘아야~~’는 케이블에서 약간의 반응을 보였을 뿐 어느 차트에서도 먹히지 않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안되는 건 안돼!’는 “수돗물 그냥 먹기/어려울 껄, 어려울 껄/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돼”와 같은 가사를 문제 삼아 방송은 금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그의 뛰어난 멜로디감이 살아 있는 ‘두통’이나 ‘21세기’ 같은 곡은 결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2집 발표 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출연하며 그의 어눌하게 사투리 섞인 말로 웃음을 잡아내려 했지만 그의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2집의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그는 2집의 작업을 도와 준 대학가요제 동기 장기영과 함께 지퍼라는 그룹을 결성한다. 1998년에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이라는 곡을 타이틀로 발표한 이 앨범은 대중에게 친숙한 멜로디로 사랑을 받았지만 그의 전작들에 비하면 많이 후퇴한 느낌을 주는 앨범 이였다. 이 프로젝트 그룹의 해체 후 장기영은 현재 DJ 타마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빅 브라더스 패밀리>라는 클럽의 테크노와 힙합 DJ로 활동중이다.
이후 이한철은 간간이 모습을 보이며 조동익이 만든 영화 <넘버3>의 주제곡 ‘예예예’를 부르기도 하고 리아의 2집과 3집에 작곡가로 참여하기도 하며 유재하 창작 가요제 동기인 이규호의 데뷔 앨범에서 작곡과 편곡으로 도움을 준다. 또한 그는 영화 <주유소 습격작전>에서 ‘Nightmare''라는 곡으로 참여하고 델리스파이스 3집에서 기타 세션을 도와 준 뒤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장래의 음악 방향을 위한 숙고의 자세로 보낸다. 그것은 밴드음악이라는 것으로 도출됐고 현재 그는 불독맨션이라는 밴드에서 자신이 혼자 만들었던 음악에 대한 설정보다는 밴드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 내는 소리에 푹 빠져 있다.
2001/03 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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